문경새재를 넘으면 좋은 일이 생길거야~~
수요산악회원들과 함께 문경으로 떠난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조령의 1,2,3관문을 트래킹하기로 한 날이다.
고갯길이 워낙 높아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였던 문경새재는 영남과 충청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옛길이었다.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경계에 위치한 고개는 선비들이 과거급제를 바라면서 넘었던 고개이기도 했다.
오늘 참여한 회원 수는 25명 남짓이다.
추워진 날에 눈이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불참한 회원들이 많은 날이다.
1. 산행 일시 : 2022. 12. 7.(수)
2. 산행지 : 이화령휴게소-조령산-신선암봉-암릉길로프구간-기도굴입구-새재주차장
3. 거리와 소요시간 : 10.4km, 6시간 10여 분
4. 함께한 사람들 : 수요산악회원 중에서 산행에 참여한 사람은 4명
이화령 휴게소는 하얀 눈으로 뒤집어 쓰고 있었다.
눈이 쌓인 것을 보더니 산행하기로 했던 회원들이 하는 말 '난 아이젠을 준비 못했으니 산행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산행에 참여하기로 하고 이화령에서 하차한 사람은 고작 4명이다. 대부분의 회원은 조령의 관문을 걸어보겠다고 차량으로 이동해 버렸다.
이화령은 높이 548m의 고개로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에 있다.
오늘 이곳에서부터 산행하기로 한 회원은 고작 5명이다.
오르막길의 계단에도 눈이 쌓여있지만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급경사의 오르막길을 오른 다음 헬기장에 도착하니 문경의 멋진 산군이 조망이 되기 시작한다.
내리막길을 걸어가는데 눈 덮힌 길에 쌓인 낙엽으로 인해 미끌미끌하다.
아이젠을 착용해야겠다. 금년 산행에서 처음으로 아이젠 착용하고 산행하는 것이다.
오늘은 절기상으로 대설이다.
하늘이 무척 흐린 것을 보니 많은 눈이 내릴 것 같기도 하다. 제발 눈은 내리지 말기를 바라면서 걸어간다. 그래도 싸락눈이 흩날리고 있는 날이다.
고개를 부르는 한자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재, 령, 티, 치가 있고 그냥 우리말로 고개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성씨가 다른 세 명의 장군이 지켰다는 성삼재, 남쪽에 있는 큰 고개라는 남태령, 경사가 급해서 오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미시령, 밤에는 소떼를 몰고 갈 수 없다는 우금티 등등
오늘 우리 4명은 문경의 조령산을 지나 신선암봉을 걷는다.
문경(聞慶)이란 지명은 '경사스런 소리를 듣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 선비들은 과거급제의 경사스런 소리를 듣고자 문경의 새재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심지어 전라도 지역의 선비들까지 문경새재를 넘으며 합격을 기원했을 정도라고 한다.
너덜지대를 지난다.
함께 걷는 일행 4명 중에서도 컨디션이 좋지않은 1인이 있어 계속 지체된다.
되돌아 가시라 해도 그냥 걸어보겠다신다. 발걸음이 늦어지니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오후 2시에 합류하기로 한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다.
나무 데크길이 나오니 차라리 걷기에 편하다.
조령샘에서는 한겨울임에도 약수가 흘러 내온다.
무병장수 건강을 기원하며 약수 한잔씩 하고 잠시 숨을 고른다.
어느 동물의 발자국일까?
전나무와 잣나무 군락지를 걸어가는 동안에도 가느다란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조령산까지는 이젠 400m 트랙 한바퀴 정도의 거리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정표를 지나는 길에서부터는 갑자기 기온이 더 내려간 듯 하다.
체감온도가 아마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을 것 같다. 게다가 차가운 바람이 계속 얼굴을 스친다.
엊그제 내린 눈일 것 같은데 산정에 올라갈 수록 더 많은 눈이 쌓여있다.
오르다 보니 어느새 조령산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세찬 바람이 불어대는 날이다. 그래도 인증 한 컷은 해야지.
이젠 신선암봉과 제3관문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내리막길에서 계속 뒤쳐지는 회원이 있어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아이젠을 착용했는데도 계속 미끌어 넘어지기 때문에 안스럽기까지 하다.
찬바람이 불어대고 눈발이 얼굴을 때린다해도 멋진 모습은 사진으로 담아야지.
예전에 백두대간 하던 시절이 생각나는 날이다.
그 무렵에도 동절기에 고생하면서 걸었던 것 같은데 오늘도 속도를 내면서 걷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조령산에서 신선암봉으로 가는 길은 급경사의 계단길이 대부분이다. 스릴이 있는 곳이긴 해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회원때문에 걱정이다. 하산 시간이 2시인데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산행에 참여하지 않고 트래킹하고 있을 등반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걱정하지 말고 안전산행하라시지만 아마 이 속도로 진행하면 오후 4시 이전에 내려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
마당바위 방향으로 하산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곳엔 통행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통행을 막는 줄이 가로막고 있었다. 다른 회원들에게 의견을 구했더니 이왕 늦었으니 신선암봉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마당바위 방향으로 하산하지 않았음을 두고두고 후회한 날이다.
신선암봉으로 가는 길엔 동절기 산행의 위험함이 곳곳에 남아있는 곳인데... 차라리 회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무조건 따라 오시라고 했어야는데...
4명이 함께하는 신선암봉 방향으로의 산행인데 2명의 발걸음이 늦어진다.
이화령에서 조령산까지 올라오는 길에서는 사람들의 발걸음 흔적을 볼 수 있었지만 조령산에서 신선암봉으로 가는 길에는 눈길을 밟은 사람의 흔적이 하나도 없다. 오늘은 내가 개척하면서 걸어가는 날인가 보다.
오늘 함께하는 어르신들도 예전에 백두대간하면서 걸어본 적이 있다고는 하는데 체력이 예전만 하겠는가
수요산악회원들이 친절하게 잘 대해주시기 때문에 가끔 찾아오는 산악회이지만 오늘은 산악회의 임원들은 1인도 함께하지 않고 비회원 4명만이 극기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커다란 바위가 보이고 로프가 보이는 것을 보니 신선암봉에 오르는 구간임을 알 수 있겠다.
로프가 눈속에 묻혀있다. 예전 대간할 때도 이곳에서 로프를 이용해서 올라간 기억이 있다.
신선암봉으로 올라가면 신선이 될 수 있을까?
강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날아갈 뻔 했다. 오늘 이곳으로 걸어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날이니까.
큰 바위덩어리에 있는 로프를 타고 올라가면 신선암봉이 나온다.
심한 칼바람이 불어대니 주변 경관을 사진에 담기에도 힘든 날이다.
드디어 신선암봉에 오르다.
신선암봉
예전 백두대간할 때는 이곳에서 단체 인증사진을 담았는데 오늘은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 날이라서 뒤에 따라오시는 회원님들과 함께 사진으로 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신선암봉에서 이젠 깃대봉이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깃대봉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은 완전 급경사라서 조심조심해야 한다. 거의 대부분 구간이 수직으로 되다시피한 계단길이다.
신선암봉에서 내려와서 깃대봉으로 올라가기 직전에 작은 샛길로 가는 이정표가 하나 보인다.
등산앱으로 확인을 해 보아도 등로길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문경새재로 가는 방향이다. 깃대봉으로 가는 것 보다 시간단축을 많이 할 것 같아 '저를 따라 오세요.'하고 앞장을 선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다.
등로가 희미해서 거의 보이지 않는데다가 쌓인 눈과 낙엽 사이에 발이 빠진 게 몇 번인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곳곳에 산악회의 시그널이 붙어있어 알바하지 않고 하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령산에서 신선암봉의 암릉구간을 걸었던 것 보다도 더 힘이 든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더니 이젠 조령의 제2관문이 있는 곳 근처에 온 듯 하다.
어렵게 하산해서 냇가를 건너오니 기도굴 안내판이 보인다.
새재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산악회의 임원에게 전화를 하니 무척 기뻐하신다. 안전산행했다고.
문경새재의 제2관에서 1관까지는 약 2km의 거리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쳤을 것 같아 서둘러 걸어야겠다. 오후 2시에 합류하기로 했었는데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30분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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