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흐린 날이다.
일기예보에는 오늘도 비가 내린다고 했다.
배낭에 작은 우산 하나 넣고 공주 천태산 자락으로 가본다.
동혈사를 둘러보고 천태산을 짧은 거리로 산행할 생각이다.
공주시 의당면에서 월곡 저수지를 지나 세종시로 가는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동혈사 이정표가 나온다.
우측으로 돌아가면 동혈사로 가는 포장 임도가 나오는데 계속 따라가면 된다.
동혈사 주차장에 주차하고 동혈사를 한바퀴 돌아보려 한다.
동혈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주차장은 새로 확장해서 무척 넓어 보인다.
비가 내리기 직전의 안개가 나즈막히 내려앉은 모습이다.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착각속에 동혈사 경내로 들어가 본다.
천태산 자락에 있는 동혈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동서남북의 혈(穴)에 위치하여 서혈사, 남혈사, 북혈사와 함께 우리나라에 풍수사상이 널리 유행하던 즈음에 세워졌을 것이라 전해진다.
나한전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지만 주변 풍광을 감상하면서 올라가면 힘든 줄 모른다.
절의 의자에 앉아서 묵언 수행할 수도 있고 동혈사 아래에 펼쳐지는 멋진 조망에 빠져들 수도 있지만 오늘은 날씨 탓 때문에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아 잠시 앉았다가 계단을 따라 나한전으로 올라가 본다.
소원을 빌면 쌀이 나왔다는 동굴이란다.
어느 욕심 많은 스님이 욕심을 부린 이후 쌀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전해지기도...
사진 찍기에는 좋은 날인가?
금방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안개가 자욱하게 발밑까지 내려앉아 하늘 위에 머물고 있는 착각을 할 정도다.
동혈사 3층석탑이라는데 독특한 양식이다.
고려시대에는 자유분방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되어 층수에 구애받지 않은 이형탑이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다층탑도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요건 분명히 그 시대의 양식도 아니다.
탑신의 모양을 보니 원래 탑이 아니라 부도를 만들려다가 탑으로 변경하여 3층으로 세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바람이 불지 않아 풍경소리는 들을 수 없어도 천태산 자락에 우뚝 서있는 조그만 사찰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신선이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제 내린 비에 진달래 꽃눈이 올라오고 있다.
꽃눈을 보니 진달래가 금방 꽃을 보일 것 같다.
한폭의 동양화처럼 보이지 않는가?
동혈사 나한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보니 하늘이 더욱 어두워졌다.
컬러플한 것이 사라지고 흑백의 그림만이 사진에 찍혀 나오는 구나.
나한전에서 큰법당으로 내려가면서 만난 운지버섯이다.
동혈사에 계신 스님과 이곳을 찾는 보살님들!
자연산 운지 채취하셔서 실온에 보관하신 다음 운지차로 드셔도 좋을 듯 합니다.
아님 다음에 제가 와서 담아갈 지도 모릅니다요.ㅎㅎㅎ
동혈사 주변에 냉이가 많이 자라고 있다.
벌써 냉이가 꽃을 보여주고 있다니 봄은 봄인가 보다.
방석식물(로제트식물)들은 줄기가 짧고 잎이 뿌리에서 모여 나와 지면에 붙어서 땅 위를 따라 사방으로 뻗는 식물들을 말한다.
바닥에 붙어 짧은 줄기에서 수평으로 나온 잎이 장미꽃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로제트 식물이라 부른다.
민들레, 질경이, 냉이, 꽃다지, 달맞이꽃, 개망초 등이 대표적이다.
오늘 여기에서는 지칭개와 뽀리뱅이를 만났다.
봄이 되니 잎을 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충남 공주의 천태산은 의당면 월곡리와 덕학리 사이에 있는 392.1m의 산이다.
금강 북쪽의 구릉지를 형성하는 산 중에 하나로 남동쪽에는 시묘산이 있고 북쪽에서 가산천이 발원하여 대교천과 합류하여 금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태산 등산하는 시작점은 여러군데 있다.
오늘은 날씨 탓에 요기에서 최단 코스로 정상에 올라보려 한다.
짧은 코스인지라 조금은 급경사에 미끄러운 낙엽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등산로 시작점 부근에 동혈사의 옛 터를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네요.
한 컷 하고 등산로를 따라 천태산 산행을 시작해 봅니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약한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을 펼칠까 하다가 그냥 모자만 쓰고 올라간다.
급경사 지역을 올라가는데 이곳엔 많은 낙엽이 쌓여있어 계절이 바뀌었나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비를 맞아서인지 무척 미끄럽다.
천태산엔 요상한 바위가 많고 특히 구릿빛이 나는 바위가 있어 銅穴山이라고 부른다더니 역시 등산 초입부터 많은 바위를 만나게 된다.
큰 바위와 나무 틈새에서 봄소식을 전해주는 생강나무를 만났다.
꽃이 올라오고 있다.
가지와 잎을 비벼서 냄새를 맡아보면 영락없는 생강냄새가 나서 그렇게 부르는 나무다. 산수유와 더불어 노란색을 띠고 있는 봄소식을 전해주는 전령사라고 한다.
참나무 밑둥지에서 자라고 있는 가는잎그늘사초(털수염풀이라고도 부른다)
고릴라 닮았나 곰 닮았나
천태산 정상 근처엔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바위 대부분이 구멍이 송송송 뚤려있다.
공주의 천태산은 산이 수려하고 정기가 있으며 명당의 대지를 가지고 있다해서 천태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온 산의 바위가 모두 구리빛으로 빛났다고 하여 구리 동자를 써서 銅穴山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공주의 동쪽에 혈이 있다해서 東穴山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산에는 동혈사가 있다.
쓰러진지 몇 년 지난 참나무 표피엔 버섯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이끼의 비맞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이끼는 물 속에서 땅 위로 진화하는 중간 형태의 식물로, 습기가 많은 땅 위나 바위, 나무 줄기 등에 붙어 자란다. 꽃식물의 한 부문으로 선류 · 태류 · 지의류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엽록소를 가지고 있지만 땅 위의 식물과는 달리 뿌리 · 줄기 · 잎 · 꽃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또 씨가 아닌 포자나 무성아라는 눈을 만들어 번식한다. 우산이끼 무리와 솔이끼 무리로 나눌 수 있다.
우산이끼 무리는 줄기가 없고 잎 모양의 엽상체 밑에 헛뿌리가 나와 있다. 수그루와 암그루가 따로 있고, 암그루에서 생기는 포자나 무성아컵에 든 무성아를 통해 번식한다. 솔이끼 무리는 땅 위 식물과 그 모양이 비슷하게 곧게 서서 자라며 헛뿌리 · 줄기 · 잎으로 구분된다.
빗줄기가 더 굵어진다.
배낭에서 우산 꺼내는 것 조차 귀찮아 그냥 비를 맞으며 하산한다.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니까 실컷 맞으며 걸어가는 것도 괜찮은 것 아닌가?
오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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